마라탕 재료, 이름만 알면 더 맛있어진다

마라탕 전문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냉장 쇼케이스. 수십 가지의 다양한 재료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정작 이름표가 작거나 한자로만 적혀 있어 ‘이게 도대체 뭐지?’라며 망설였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하얀색 쭈글쭈글한 것은 무엇인지, 떡처럼 생긴 투명한 면은 무엇인지 몰라 안전하게 숙주와 배추만 가득 담으셨나요?
마라탕의 진짜 매력은 내가 원하는 식감과 맛을 가진 재료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푸주, 건두부, 분모자 같은 중국 식재료들은 특유의 식감 때문에 국물과 어우러졌을 때 환상적인 맛을 냅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헷갈리기 쉬운 마라탕 재료 이름과 각각의 특징을 완벽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가이드만 보고 가시면, 여러분도 마라탕 고수가 되어 ‘황금 비율’의 바구니를 채우실 수 있습니다.
1. 마라탕의 핵심, 두부류 완전 정복 (푸주, 건두부 등)

마라탕에서 고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두부 관련 재료들입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두부와는 전혀 다른 식감을 자랑하며, 마라 국물을 흠뻑 머금는 성질이 있어 필수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푸주 (Fuzhu, 腐竹)
아마 마라탕 재료 중 가장 인기가 많으면서도 이름을 자주 헷갈리는 재료일 것입니다. 푸주는 두유를 끓일 때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을 걷어내어 길게 말아서 말린 ‘건조 두부 껍질’입니다. 쫄깃쫄깃하면서도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국물의 맛이 일품입니다. 모양이 대나무(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죽(푸주)이라고 불립니다. 푹 익히면 부드럽고, 살짝 익히면 쫄깃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건두부 (Gondubu, 干豆腐)
이름 그대로 물기를 뺀 얇은 두부입니다. 마치 종이처럼 얇고 넓게 펴져 있으며, 표면에 촘촘한 격자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면처럼 길게 잘려 있는 경우도 있고, 넓은 판 형태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씹는 식감이 거칠면서도 고소한 맛이 강해 ‘포두부’라고도 불립니다. 면 대신 건두부를 많이 넣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단백질을 채울 수 있어 다이어터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동두부 (Frozen Tofu, 冻豆腐)
‘얼린 두부’라는 뜻의 동두부는 일반 두부를 얼렸다가 해동한 것입니다. 두부 내부의 수분이 얼면서 구멍이 숭숭 뚫리게 되는데, 이 구멍 사이로 마라탕 국물이 스펀지처럼 스며듭니다. 한 입 베어 물면 국물이 ‘좌르륵’ 나오는 것이 특징이니 뜨거울 때 주의해야 합니다.
2. 식감을 책임지는 면 종류 (분모자, 옥수수면, 뉴진면)
마라탕에는 라면 사리 외에도 중국 특유의 다양한 면들이 들어갑니다. 면의 종류에 따라 익는 시간과 식감이 천차만별이므로 취향에 맞는 면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모자 (Fenhaozi, 耗子)
최근 몇 년간 유튜브 먹방을 통해 급부상한 분모자는 감자 전분과 타피오카 전분을 섞어 만든 굵은 당면의 일종입니다. 떡볶이 떡처럼 생겼지만 떡보다 훨씬 쫄깃하고 투명한 빛을 띱니다. 꽃 모양의 단면을 가진 경우가 많아 국물이 잘 배어듭니다. 극강의 쫄깃함을 원하신다면 필수 선택 재료입니다.
옥수수면 (Corn Noodle)
노란색을 띠는 얇은 면으로, 옥수수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옥수수면은 특유의 고소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입니다. 다른 면들에 비해 빨리 퍼지는 성질이 있으므로, 마라탕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호불호 없이 잘 맞는 면이기도 합니다.
중국 당면 (Wide Glass Noodle, 宽粉)
일반 당면보다 훨씬 넓고 납작한 형태의 당면입니다. 고구마 전분 등으로 만들어져 식감이 매우 쫄깃하고 탱글탱글합니다. 넓은 면적 덕분에 혀에 닿는 감촉이 좋고 씹는 맛이 있습니다. ‘넙적 당면’이라고도 불립니다.
뉴진면 (Newjinmyeon)
최근 떠오르는 신흥 강자입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할 수 있지만, 소면과 우동면의 중간 정도 굵기를 가진 노란색 면으로 역시 옥수수 전분 위주로 만들어집니다. 분모자보다는 얇지만 옥수수면보다는 굵고 쫄깃하여 ‘쫄깃한 옥수수면’ 느낌을 줍니다. 이름의 유래는 ‘소 힘줄(뉴진)’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3. 국물 맛을 살리는 야채와 버섯

고기와 면만 넣으면 국물이 텁텁해질 수 있습니다.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야채와 버섯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 청경채 & 배추: 마라탕의 기본 베이스입니다. 배추는 익으면서 천연의 단맛을 내어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고, 청경채는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맛을 더해줍니다.
- 숙주나물: 국물의 시원함을 담당합니다. 면과 함께 집어 먹을 때 아삭거리는 식감이 면의 쫄깃함과 대비되어 먹는 즐거움을 줍니다. 가능한 많이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 목이버섯 & 백목이버섯: 까만색 목이버섯과 하얀색 백목이버섯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입니다. 특히 백목이버섯은 꽃처럼 피어난 모양 사이사이에 국물을 가득 머금고 있어 씹는 맛이 일품입니다.
- 팽이버섯: 가성비 좋고 식감 좋은 재료입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마라탕의 자극적인 맛과 잘 어울립니다.
- 연근: 중국에서는 마라탕이나 훠궈에 연근을 꼭 넣습니다. 푹 익혀도 아삭함이 살아있어 색다른 식감을 줍니다.
4. 고기와 완자, 그리고 꼬치류
마지막으로 단백질과 감칠맛을 더해줄 고기와 꼬치류입니다. 보통 고기는 계산대에서 소고기 혹은 양고기를 추가하는 방식이며, 꼬치류는 개당 가격을 따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팁: 마라탕 초보자라면 소고기를, 중국 본토의 향을 즐기고 싶다면 양고기를 추천합니다. 양고기의 기름이 마라 국물에 녹아들면 국물 맛이 훨씬 진하고 풍미가 깊어집니다.
완자 및 꼬치류
피쉬볼(어묵볼), 새우완자, 문어완자 등 다양한 볼 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갑오징어 완자’나 ‘날치알 완자’는 씹을 때 톡 터지는 식감이 좋습니다. 비엔나 소시지나 스팸, 메추리알도 국물 떡볶이처럼 마라탕과 아주 잘 어울리는 재료들입니다. 유부 꼬치 또한 국물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탁월하여 추천합니다.
5. 마라탕 재료 조합 추천 가이드
| 유형 | 추천 재료 조합 | 특징 |
|---|---|---|
| 입문자용 (호불호 X) | 소고기, 배추, 숙주, 청경채, 옥수수면, 팽이버섯, 비엔나 소시지 | 익숙한 식재료 위주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조합 |
| 식감파 (쫄깃함) | 양고기, 푸주, 분모자, 중국당면, 백목이버섯, 건두부, 연근 | 씹는 맛이 살아있는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의 향연 |
| 다이어터 (저탄수) | 소고기(지방 적은 부위), 건두부(면 대체), 숙주 듬뿍, 각종 버섯류, 두유피 | 탄수화물 면을 빼고 두부와 야채로 포만감을 채우는 조합 |
재료를 담을 때는 야채 -> 버섯/두부 -> 당면/면 -> 꼬치 순서로 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물기를 최대한 탈탈 털어서 담아야 중량 측정 시 조금이라도 가격을 아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FAQ: 마라탕 재료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 푸주는 생으로 먹는 건가요?
아닙니다. 마라탕 가게에 있는 푸주는 이미 물에 불려진 상태지만, 익혀 먹어야 합니다. 덜 익히면 질길 수 있으니 탕에 넣어 충분히 끓여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Q. 분모자의 칼로리가 정말 높나요?
네, 안타깝게도 분모자는 전분 덩어리이기 때문에 칼로리가 상당히 높습니다. 떡보다 열량이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다이어트 중이라면 한두 줄만 맛보기로 넣는 것이 좋습니다.
Q. 하얀색 목이버섯과 검은색 목이버섯은 맛이 다른가요?
맛 자체는 큰 차이가 없으나 식감에서 차이가 납니다. 흰 목이버섯(은이버섯)이 조금 더 부드럽고 국물을 잘 흡수하며, 검은 목이버섯은 더 꼬들꼬들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줍니다.
Q. ‘천엽’ 같이 생긴 건 뭔가요?
종종 소의 위장인 ‘천엽’을 재료로 두는 곳도 있습니다. 쫄깃하고 오돌오돌한 식감이 있어 내장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국물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납니다.
결론: 나만의 마라탕 레시피를 찾아보세요
마라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푸주, 분모자, 건두부, 옥수수면 등의 이름을 기억해 두셨다가, 다음 방문 때는 평소에 넣지 않았던 새로운 재료에 도전해 보세요. 재료 하나만 바꿔도 국물의 농도와 씹는 즐거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두부류 재료들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맛도 훌륭하니 꼭 시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늘 저녁,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뜨끈하고 얼얼한 마라탕 한 그릇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