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에서 만나는 푸른 동해, 왜 바닷가 횟집인가?

경주라고 하면 흔히 불국사, 첨성대, 혹은 황리단길의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지도를 조금만 넓게 펼쳐보면 경주의 동쪽 끝은 푸르른 동해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차로 약 30~40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감포와 양남 지역은 경주 현지인들이 주말마다 신선한 회를 즐기러 찾는 ‘진짜’ 미식 포인트입니다.
내륙의 유적지 관광에 지치셨나요?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오션뷰와 함께 갓 잡은 싱싱한 활어회를 즐기는 것은 경주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될 것입니다. 특히 경주 앞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어종이 풍부하고 육질이 쫄깃한 자연산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 여행 팁: 황리단길이나 보문단지에서 출발한다면, 토함산 터널을 지나 4번 국도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려보세요.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길이 이어집니다.
경주 회 맛집의 양대 산맥: 감포항 vs 읍천항(양남)

경주의 바닷가 횟집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지역은 크게 두 곳, 바로 감포항과 읍천항(양남면)입니다. 각 지역마다 분위기와 특징이 다르니 취향에 맞춰 방문해 보세요.
1. 활기 넘치는 미식의 중심, 감포항
감포항은 경주 바다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입니다. 규모가 큰 어항인 만큼 수협 활어직판장과 수많은 횟집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이곳의 특징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입니다.
- 장점: 횟집 단지가 형성되어 있어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스끼다시(밑반찬)가 푸짐하게 나오는 대형 식당이 많습니다.
- 추천 대상: 가족 단위 여행객,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한 번에 즐기고 싶은 분들.
2. 주상절리의 절경과 함께하는, 읍천항 & 하서항
양남면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인근에 위치한 읍천항과 하서항 주변은 조금 더 한적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식사 전후로 천연기념물인 주상절리를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 장점: 대부분의 식당이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압도적인 오션뷰를 자랑합니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가능합니다.
- 추천 대상: 커플,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 식사와 산책 코스를 묶고 싶은 분들.
무엇을 먹어야 할까? 실패 없는 메뉴 선정 가이드
바닷가까지 갔는데 광어, 우럭만 먹고 오기엔 아쉽습니다. 경주 동해안에서 꼭 맛봐야 할 시그니처 어종과 메뉴를 소개합니다.
🐟 경주 바다의 맛, 참가자미(이시가리/도다리)
경주 감포 앞바다는 가자미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참가자미’는 양식이 거의 불가능하여 대부분 100% 자연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 형태로 드시면 고소한 뼈 맛과 달큰한 살 맛이 어우러져 일품입니다.
🥣 더위를 잊게 하는, 살얼음 물회
경주의 횟집들은 저마다의 비법 육수를 가진 ‘물회’ 맛집이기도 합니다. 포항 물회와 비슷하면서도 경주만의 투박한 매력이 있습니다. 주로 배, 오이 등 아삭한 채소를 듬뿍 넣고 매콤 새콤한 살얼음 육수를 부어 먹는데, 회를 어느 정도 건져 먹은 후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는 것이 국룰입니다.
| 메뉴 | 특징 | 추천 시즌 |
|---|---|---|
| 참가자미 회 | 자연산의 쫄깃함과 고소함, 뼈째 썰기가 특징 | 사계절 (겨울~봄 별미) |
| 대게 코스 | 살이 꽉 찬 대게와 볶음밥의 조화 | 11월 ~ 5월 |
| 모둠회 | 제철 활어 3~4종을 한 번에 맛봄 | 연중 무휴 |
오션뷰와 가성비, 두 마리 토끼 잡는 실전 팁

관광지 횟집은 비싸고 맛이 없다는 편견을 버리셔도 좋습니다. 몇 가지 기준만 가지고 식당을 선택한다면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초장집’ 시스템 활용하기
가장 저렴하게 회를 즐기고 싶다면 수협 활어직판장이나 시장에서 횟감을 직접 구매한 뒤, 인근 ‘초장집(양념집)’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1인당 상차림비(약 5,000원~6,000원)와 매운탕 비용만 지불하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신선도만큼은 최고입니다.
2. 스끼다시(밑반찬) 구성 확인하기
아이들과 함께하거나 회를 즐기지 않는 일행이 있다면, 코스 요리 전문점을 선택하세요. 경주 바닷가 횟집들은 경쟁이 치열하여 해산물 모둠, 생선구이, 튀김, 전복죽 등 밑반찬이 화려하게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블로그나 방문자 리뷰 사진을 통해 ‘상차림 구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3. 뷰 포인트 예약은 필수
주말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창가 쪽 오션뷰 좌석이 가장 먼저 마감됩니다. ‘바다를 보며 먹는 회’가 목적이라면, 방문 1~2시간 전에라도 전화로 창가 자리를 예약하거나 브레이크 타임 직후를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사항: 기분 좋은 식사를 위해 피해야 할 것들
완벽한 식사를 위해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관광지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미리 예방해 보세요.
- 지나친 호객 행위 무시하기: 감포항 입구 등에서는 호객 행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호객꾼의 말에 이끌려 들어가기보다는, 미리 검색해 둔 식당이나 수조가 깨끗하게 관리된 곳을 주관대로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 ‘싯가’의 함정: 메뉴판에 가격 대신 ‘싯가’라고 적힌 고급 어종(이시가리, 대게 등)을 주문할 때는 반드시 주문 전에 \”지금 1kg에 얼마인가요?\”라고 정확한 가격을 물어보고, 총예상을 확인한 뒤 주문하세요.
- 날씨 확인: 바닷가 바로 앞 식당은 파도가 심하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창문을 열지 못해 오션뷰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습니다. 맑은 날 방문하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경주 바닷가 횟집 방문 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점들을 모았습니다.
Q. 경주 시내(황리단길)에서 횟집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자가용 기준으로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할 경우 1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렌터카나 자차 이동을 권장합니다.
Q. 1인 식사도 가능한가요?
A. 대부분의 횟집에서 모둠회 소(小) 자는 2인 기준이지만, 식사 메뉴인 물회나 회덮밥은 1인 주문이 가능합니다.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바다를 보며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Q.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나요?
A. 도심과 달리 바닷가 마을은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는 편입니다. 보통 저녁 8시~9시 사이에 주문이 마감되는 곳이 많으므로, 저녁 식사를 계획하신다면 조금 서두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주차는 편리한가요?
A. 감포항과 읍천항 일대는 공영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고, 대부분의 식당이 자체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어 주차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마무리: 바다 내음 가득한 경주의 맛을 담아가세요
경주 여행의 묘미는 과거의 시간(유적지)과 현재의 자연(동해 바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파도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갓 잡은 싱싱한 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시간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경주 감포나 양남으로 핸들을 돌려보세요. 화려한 기교보다는 재료 본연의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바닷가 횟집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횟집을 경주 바다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